스팍의 몸은 ‘그들’에 의해 공중에 들려 벽에 고정되었다. 옷 위로 수없이 스치는 그 원통형의 다리들은 스팍을 매우 소중히 다루고 있었다. 그들의 다음 세대를 위한 숙주로서도 그렇게 다루어질 법도 했지만, 스팍은 처음과는 다른 무언가를 그들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츠츠츠츠...]
그것들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진액이 부서지는 소리가, 그들이 움직이며 스스로를 스팍의 몸에 비벼대는 움직임이 아까와는 달랐다.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의사’를 담고 있었다. 벌칸인으로서는 폰-파르 때나 드물게 경험할 법한 것이지만, 스팍은 그 의사가 어떤 것인지 이미 특정한 ‘인간’에게 배운바 있었다.
“.......”
그러나 아쉽게도 스팍은 지금 폰-파르 기간이 아니었다. 그것들의 의도는 스팍에게 감정적인 것이기보다는 논리의 데이터로 다가올 뿐이었다. 그 문제의 ‘특정 인간’을 대할 때와는 달랐다. 이성과 감성의 괴리 속에서 벌칸인으로서의 자신과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그’와의 관계와는 사뭇 달랐다. 스팍은 그러한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며 새삼스럽게 ‘그’와의 관계가 자신에게 ‘특별한 관계’라는 것을 자각했다. 스팍의 미간이 좁혀졌다. 비슷한 자극이지만 다른 자극. 그는 그 차이를 충분히 알아차릴 정도의 섬세함을 가진 이였다.
‘그것’이 천천히 스팍에게 다가왔다.
“네가 무엇을 하려는지 나는 알아차리고 있지만, 그에 응할 수는 없다. 불가능해.”
단호하게 잘라 말하는 스팍을 ‘그것’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슬픔이 희미하게 전해져왔다. 여전히 남아 있는, 가느다란 싱크로 상태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불만족스러웠던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팔 쪽에서 뻗어나간 촉수 하나를 들어 스팍의 미간에 그 끝을 갖다 대었다.
-파직!
약한 전기충격이 스팍의 몸을 훑었다. 그에 그의 몸이 살짝 경련을 일으켰으나, 그 이상의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팍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의식의 끈을 놓치며, 스팍이 마지막으로 한 생각은 ‘낭패로군.’ 이었다. 이성적인 생각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에서라면 이 생명체와 어떤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스팍은 그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새로운 생명체들은 언제나 스팍의 흥미를 끌었지만 그는 또한 그 생명체가 섬세한 정신을 소유하고 있을 때 더더욱 그에 대해 일종의 애정을 가지게 되곤 하였다. 우주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생명체인 인간에게 그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애정을 가지는 것은 과학적인 탐구정신으로 무장한 그가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이라는 족속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복잡하고 섬세한 이들이었기에. 이러한 스팍의 마지막 생각은 ‘그것’에게도 전해졌다. 그리고 그 생각을 읽어낸 ‘그것’의 슬픈 감정이 스팍에게 밀려들어왔다.
정신을 잃은 스팍의 고개가 힘을 잃고 툭 떨어졌다. 스팍의 눈에 차오른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온 몸을 감은 다리들 중 하나가, 그 맑고 투명한 액체를 맛보듯 닦아내었다. 진득한 진액이 스팍의 뺨에 남겨졌다.
*
*
*
“.......?”
눈을 뜬 스팍은 자신이 금방까지 있었던 곳, 처했던 상황과 다른 상황에 던져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스팍이 눈을 뜬 곳은 다름 아닌 엔터프라이즈 내부, 자신의 방이었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스팍조차도 이 상황에서는 당황하지 않기는 어려웠다.
“.......”
그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자신의 방을 한참을 둘러보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자신의 물건들을 살피고,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기도 했다. 마치 금방까지 나쁜 꿈을 꾸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방은 그가 기억하는 그곳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방 안 모든 물건들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둔 그대로 놓여 있었고, 자신의 모습은 여느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이윽고 스팍은 방 한가운데 서서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치잉-]
“.......?”
갑자기 문이 열리자, 스팍은 경계를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열린 문을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방인 양 들어서는 사람을 스팍은 금방 알아보았다.
“짐?”
스팍의 방에 들어서는 것은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였다. USS 엔터프라이즈를 이끌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기 시작하고 있는 젊은 함장, 바로 그 사람이었다. 조금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 평소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스팍은 오히려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인가? 그조차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신을 갈무리하여 완전한 휴식을 취하는 법을 알고 있는 벌칸의 교육을 받고 자란 스팍이었다. 휴식 중에 꿈을 꾼다는 것도 그 컨트롤이 무너지는 폰-파르 때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스팍?”
스팍이 자신을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이상했던 것일까, 제임스의 얼굴에 걱정의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제임스가 스팍에게 한 걸음 다가갔고, 스팍은 그런 제임스의 움직임에 반대 방향으로, 뒤로 물러났다.
“왜 그러는 거지? 스팍?”
결국 이로써 스팍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한 가지였다. 또한 그것은 제임스를 바라보는 자신의 심정 동요-이러한 상황과는 동떨어진 아주 일로지컬한 ‘갈증’-로써 완벽하게 뒷받침될 수 있었다.
“캡틴. 일전에 말씀드렸던 ‘그 때’가 왔습니다.”
“.......”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나자, 스팍은 제임스와 시선을 맞추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스팍은 고개를 돌리고 이를 악물었다. 그런 스팍을 바라보며 제임스는 걱정이 되는 듯 스팍에게 다가 오려했고, 스팍은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그러나 그 외침이 제임스를 막을 수는 없었다.
“‘폰-파르’라고 했던 그 벌칸의... 번식기를 발하는 건가?”
‘번식기’라는 표현의 묘한 뉘앙스는 제임스를 머뭇거리게 했고, 동시에 스팍의 몸을 움찔거리게 만들었다. 제임스와 함께 하면서는 처음 겪는 폰-파르 기간이었다. 스팍은 이윽고 기억할 수 있었다. 자신의 폰-파르 기간이 곧 닥쳐 올 것이라 계산하고, 그는 그의 함장에게 벌칸으로 휴가를 다녀오겠다고 다급하게 선언(?)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제임스는 자초지종을 듣고자 하였고, 결국 본즈의 추임새(?)에 넘어가 스팍은 제임스에게 모든 것을 고백(?)했었다. 그러자 제임스는 조금 더 캐묻더니 간단하게 결론지어버렸다. 성적인 충동이든 무엇이든 자신이 감당하겠노라고. 스팍이 극구 거절했으나, 제임스는 ‘우리가 그것밖에 안 되는 사이였냐’는 둥, ‘나 캡틴 커크를 못 믿느냐’는 둥, 자신이 ‘네임오브정력’이라는 둥 별의별 소리를 해가며 우기기를 넘어서서 ‘명령’ 운운하기까지 하자, 결국 스팍은 자신의 캡틴의 뜻에 따르기로 했던 것이었다. 어떻게든 참아내리라 다짐하면서.
그러나 막상 닥치고 보니, 그 ‘어떻게든 참아낸다’라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벌칸의 폰-파르 기간을 얕잡아보는 것이 분명한 멍청이 함장을 상대하기에는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제임스가 다가오는 대로 스팍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다가, 결국 벽과 제임스 사이에 끼인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러지 마십시오.”
“난 약속했어. 뭐든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봐.”
제임스는 작정을 한 듯, 스팍의 두 어깨 위로 자신의 손을 뻗어 벽을 짚었다. 다가온 체취에 스팍이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자, 제임스는 재미있다는 듯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새로운 모습인걸. 그동안의 무덤덤하던 모습과 다르군. 마치, 다른 사람 같이...”
그는 스팍의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오싹한 느낌에 스팍이 몸을 떨고 있자, 제임스는 더욱 신이 난 듯 상대의 귓바퀴를 이빨로 자근- 씹었다.
[우당탕-!]
“크윽?!”
제임스의 그 행동은 기어코 스팍의 ‘스위치’를 올려놓고 말았다. 스팍은 제임스를 밀어내고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놀란 제임스가 방어하려했지만, 벌칸의 피가 돌고 있는 스팍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침대에 널브러진 제임스가 어떤 행동도 취하기도 전에, 스팍은 그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한 손으로 제임스의 목을 찍어 눌렀다.
“...스팍....! 크윽..... 그만....!”
목이 졸린 제임스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제임스의 찡그린 얼굴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며, 스팍은 숨이 막혀 힘을 잃은 제임스의 몸에서 옷을 찢어내기 시작했다. 옷은 쉽게 찢겨나갔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제임스의 맨살이 드러났고, 제임스가 정신을 놓기 직전이 되어서야 그의 목을 조르던 스팍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큭.. 콜록... 콜록.....!!”
눈물을 글썽이며 밭은기침을 토하던 제임스의 어깨를 찍어 누른 스팍이 자신의 입술로 그의 입술을 덮었다. 호흡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의 틈도 주지 않은 거친 키스였다. 제임스의 고통스러운 숨소리가 스팍을 더욱 자극하였다. 제임스는 계속 스팍을 밀어내려 했지만 힘으로 그 기세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잠시 떨어졌던 입술 사이로 제임스는 숨을 몰아쉬었고, 그 위로 스팍이 속삭였다.
“‘다른 사람’이라니. 나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걸?”
“스팍....”
힘겹게 자신을 부르는 제임스의 목소리는 스팍에게 또 다른 자극이었다. 몸을 약간 일으키고 팔로 상체를 조금 일으킨 제임스는 스팍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혹스러웠던 것으로 보이나, 제임스는 그 특유의 여유를 잃지는 않고 있었다. 그가 히죽 웃었다.
“후우....... 스팍, ..질투도.. 하는 건가? ...헉헉...”
제임스가 그렇게 묻자, 스팍은 “Whatever.”라고 받아치고 제임스에게 다시 달려들려고 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
갑자기 스팍은 벌떡 일어나 제임스로부터 떨어져, 침대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방에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어디로 갈 곳도 없다.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왜일까. 다시 자신의 방 안에 덩그러니 선 스팍은 온갖 생각들에 파묻혀 버렸다. 생각을 정리하는 힘이 ‘욕정’에 휘말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캡... 제발 저를 벌칸으로 보내주십시오.”
엄... 전 공수 완전 안 따져서;;; 그래도 혹시나 "분위기"에서도 공수를 따지시는 분이 계실까 해서 일단 말머리는 "스팍커크"로 해놓습니다; 그리고 저기서 자른 것도 그 관련된 이유고ㅋ
("엉? ㅊㅅ물이라더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라시는 분들께=> ㅋㅋㅋㅋ 계속 사랑해주세요 그럼 열심히 쓸거임! 덧글은 동인녀를 춤추게 하는 법이라니깐요 ㅋㅋㅋㅋ 그래도 ㅊㅅ보다는 제임스가 먼저 먹어야 하지 않겠음?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