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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하라.
자신을 스팍이라 소개한 늙은 벌칸인의 손이 다가왔다. 아무런 설명 없이 - 어째서인지 벌칸인들의 숨겨진 능력에 대해서 나는 읽은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 갑작스럽게 내 뺨을 향해 다가오는 손을 나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뭐, 왜 이래요?”
“가만히, 이렇게 하면 내가 느끼는 대로, 내가 아는 것들이 전해질 것이네.”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 싶었다. 미래의 스팍이라더니, 내게 이렇게 스스럼없이 굴 정도로 우리는 ‘친한 사이’가 될 예정이란 말인가. 물론, 이젠 그렇게 되지 못할 것이다. 시간은 뒤틀렸고, 나의 아버지는 내 어머니와 나를 두고 이미 죽었으며, 나는 지금 엔터프라이즈의 함장은커녕, 스팍 그 본인에게 쫓겨난 처지다. 잠시 그러한 생각을 하느라 무방비해진 사이, 늙은 스팍의 손길이 내 얼굴에 와 닿았다.
‘차갑다...’
서늘하고, 약간은 축축한 느낌이 드는 손길.
왜 그것이 그렇게나 나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 -후에야 나는, 스팍 본인의, 벌칸 특유의 ‘동요하지 않는 마음’이 나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곧, 닿는 순간의 그 평정을 잃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고통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뼈가 저리도록 아픈, 슬픔.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나, 직감적으로 그것이 슬픔임을 알 수 있었다. 내 눈 앞에 많은 이미지들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스팍이 그동안 보아왔던 것들, 그가 느꼈던 것들이 마치 다운로드가 되는 것처럼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충격적인 정보가 이어졌다. 그리고...
“후..... 헉헉...!! 이건...”
“감정도 함께 전해지지.”
스팍의 그 수많은 슬픔들 속에서 나는 ‘나’에 관한 슬픔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의식적으로 스팍은 그 사실을 내게 숨기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그것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나의 죽음, 그에 앞선 나의 죽음과 남겨진 그의 슬픔. 그의 종족과 별을 잃은 슬픔과 다른 형태의 슬픔이었지만, 그것은 그 크기에 있어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스팍을 바라보았다. 여전한 그의 감정이 가라앉은, 검은 눈이 나를 고요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의 눈 속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직접’ 보았다. 그의 내면에서 발견했던 흔들림과 감정은 ... 순수했다. 티 없는, 숭고할 정도의 감정. 그것은 인간적이었으나 동시에 비현실적일 정도로 깨끗했다. 그의 나에 대한 사랑은 그의 나에 대한 우정과 약간의 존경심과 함께 맑디 맑았다. 그의 눈이 티 없는 검은 색이라는 것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가, 미래의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래의 나 역시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몸을 돌리는 그를 불러세웠다.
“미래에선...!”
스팍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저 움직임은 지금의 스팍과 다르지 않았다. 머리는 이제 희끗희끗하지만, 나를 돌아보는 그 모습 위로 지금의 스팍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은 ‘우린 연인인건가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 나는 그것을 물어볼 수 없었다.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왠지, 그렇게나 읽을 수 없었던 그의 눈빛을 이젠 읽을 수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눈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왜 나는 그것을 알 수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이제 나는 그것을 알 수 있게 된 것일까. 단순히 그와 정신적인 싱크로 상태를 경험했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그것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스팍 안에 있는 감정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주에는 그 별만큼 많은 언어가 있었지만, 그 모든 언어로도 그것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순정한 마음에 대해서는 고요히 서로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으며 동시에, 충분했다.
문득 아쉬워졌다. 이제 시간이 뒤틀렸기에, 나는 그와 그러한 관계를 맺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거야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불가능한 것은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무엇을 묻고 싶으냐는 시선에, 나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난 내 아버지를 아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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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저 언명은 ....이런 맥락과 이어지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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