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천천히 자신의 촉수 중 하나-인체를 닮은 모양새로 미루어보아, ‘팔’ 쪽에서 뻗어 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를 그 선원의 뺨에 갖다 대었다. 그 선원은 소름이 끼치는 듯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으나, 주위 동굴 벽에 붙어 있던 다른 것들이 빠르게 다가와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촉수가 그의 얼굴을 기어 다녔다. 그리고 그것은 이윽고 그 선원의 양미간에 닿았다.
“...!”
선원의 몸이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몸을 뒤틀어대었다. 크게 뜬 그의 두 눈은 흰 자위만 보일 정도로 하얗게 돌아갔다.
“뭐하는 짓이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선원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그 선원을 구하려했으나, 그 역시 벽에 붙어 있다가 후드득 떨어져 내린 것들에게 붙들려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에 처했다. 스팍을 비롯한 또 다른 선원 역시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다.
어느 순간, 괴 생명체들의 우두머리에게 고문을 당하던 그 선원의 발작이 멈추었다. 스팍은 그 상황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발작이 멈춘 선원의 미간에서 아직 문제의 촉수가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그것’은 고민이라도 하는 듯 가만히 그 선원 위로 몸을 약간 구부리고 팔을 뻗은 자세로 상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눈은 없었지만.
이윽고, 그것은 조용히 자신의 촉수를 선원의 미간에서 떼어내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더 이상 관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러자 주위에서 수많은 괴 생명체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비명조차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그 선원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를 둘러싸고 끔찍한 것들이 우글우글 모여 이리저리 뒤엉키면서 싸워대는 모습은 스팍에게도 절대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감정표현이 거의 없는 스팍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이미 나머지 두 선원들은 바닥에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괴 생명체들의 우두머리는 천천히 다음 선원에게 걸음을 옮겼다. 그를 붙들고 있는 다른 놈들은 그의 토사물에 관심을 가지며 욕심이 가득한 아이가 케이크에 알짱거리는 것 같은 몸짓을 하고 있었지만, 감히 우두머리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 움직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같은 것이 반복되었다. 또 다시 한 선원이 그놈들에게 둘러싸였다. 역시 비명소리 하나 없었던 간단한 일이었다. 스팍을 제외하고 하나 남은 선원은 겁에 질려 저항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난 죽기 싫어!”
그러나 그럴수록 그의 몸에 감긴 촉수들은 점점 더 그를 옥죌 뿐이었다. 다만 약간의 효과는 있었다. 그놈들의 우두머리는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들리자, 놀란 듯 그 선원에게 다가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놈은 잠시 서서 호기심을 표현하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팍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놈에겐 ‘귀’가 없고 ‘눈’이 없는데,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저 모든 것을 감각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남은 선원을 탈출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팍은 곧 결단을 내렸다.
“이봐!”
스팍이 큰 소리로 그놈을 불렀다. 그놈의 고개가 스팍을 향했다. 스팍은 그 모습을 보고,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그놈의 시각 기관은 적어도 저 민둥민둥한 얼굴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는 있었다. 스팍은 계속 소리를 질렀다.
“이리 와! 그는 지금 네가 확인한 것들과 다를 바 없어. 그러나 나는 다르지. 내 피는 그들과 달리 푸르니까.”
소리를 지르고 있음에도 그의 이성적인 뉘앙스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놈의 고개가 갸웃했다. 말을 알아듣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반응을 보이는 탓에 다른 두 감각 자료를 두고서 갈등하는 것일까. 스팍은 눈짓으로 다른 선원에게 ‘조용히 하라.’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 선원은 스팍과 그 괴 생명체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스팍이 그 스스로를 미끼로 하는 것을 내버려두겠다는 자신의 이기적 행동에, 그의 눈동자에는 죄책감이 깊이 들어찼다.
“이리 오라니까! 내 쪽이 더 맛있을 거다!”
그 말투는 그가 그의 유일한 ‘인간 친구’에게 배운 것이었다. 커크 함장은 지금까지 적어도 두 사람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의복에 부착된 센서들이 두 사람의 생체 신호를 충실히 엔터프라이즈호로 전송하고 있을 것이니까. 심각한 전파 방해만 없다면 말이다. 그의 행동 방식을 예상하면서 그에 맞추어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했다.
그놈은 스팍의 말을 어떻게 들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스팍에게 흥미를 느낀 것 같았다. 그러나 스팍의 노력이 완전히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아니었다.
“으아아악!!!!”
우두머리가 흥미를 가졌다가 잃은 것을 보자, 나머지 녀석들이 그 선원에게 달려들었다. 우두머리는 그들이 무엇을 하든 더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 사이사이로 온갖 욕지거리들과 비명이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우두머리가 하는 행동은 일종의 마취 행위인 것이었다는 것을 스팍은 알 수 있었다. 산 채로 농락당하게 되어버린 마지막 선원의 비명은 계속 되었고, 그나마 그것으로 그의 생존을 알 수 있는 상황을 과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스팍의 미간이 더욱 좁아지고, 골이 깊게 패었다.
그러나 스팍도 자신의 처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우두머리’의 촉수가 천천히 스팍의 미간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스팍은 모험을 시작했다. 벌칸인으로서 지성체로 보이는 것을 향해 ‘거짓말’을 한다는 모험을.
“이 봐.”
다가오던 우두머리의 촉수가 스팍의 미간에 닿기 직전에 멈추었다. 스팍은 논리적인 뉘앙스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그때까지도 이성적인 모습을 잃지 않았다.
“네게 할 말이 있다.”
“.......”
입이 없으니 대답도 못하겠지. 스팍의 뇌리를 스친 것은 그러한 아주 당위적으로 논리적인 생각이었다. 의외로 그놈은 스팍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가까이, 다른 이들이 들어서는 안 되는 말이니까.”
그놈은 한참을 고개를 요리조리 갸웃갸웃 하다가 놀랍게도 결국 스팍에게 천천히 그 얼굴을 가져갔다. 촉수는 이미 거둬진 상태였다. 인간에게 귀가 있어야 할 부분에 물론 귀는 없었지만 그것은 마치 귓속말을 들으려는 인간처럼 스팍의 입술을 향해 자신의 옆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스팍은 그들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놈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스팍의 손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는 순진한 아이처럼 고개를 갸웃거릴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
자신의 얼굴에 스팍의 손이 닿자, 그것은 일시적으로 놀라는 것 같이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그것도 그뿐, 스팍의 마인트-멜드가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선 성공이란 없다. 이것들의 정신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탈출의 기회는 높아질 것이니. 물론 그만큼의 위험부담이 없지 않았다. 스팍 본인의 정신 역시 그놈들에게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팍의 계산은 끝나 있는 상태였다. 지금으로서 엔터프라이즈호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하나 밖에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커크가 스팍 자신과 다른 선원들의 생존에 대해 알고 있다면 기필코 자신들을 구하려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생존이 불확실하다 하더라도 끝까지 이 행성을 뒤져 모두가 죽었다는 확증을 가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것이 그들의 캡틴 커크였다.
두 정신이 이어졌다.
*
*
*
“캡틴! 생명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커크는 자신의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수석 군의관 맥코이의 보고가 아니더라도, 그의 캡틴의 시선은 이미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모니터에 뜬 네 명의 선원들 중 하나의 머리 위로 “알 수 없음-분리됨(Unknown-Separated)”이라는 문구가 뜨고 붉은 경고 표시가 나타나 있었다. 알람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알 수 없음?’ 저게 무슨 뜻이지, 본즈?”
“지금 그가 죽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더 이상 그의 생체 반응을 알아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캡틴.”
맥코이의 말은 분명 분석적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다. 절망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감지기가 떨어져 나가기 전에 있었던 근육의 뒤틀림과 심박증가로 미루어볼 때 어떠한 ...전기적 자극 같은 것이 가해졌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직후, 심박은 급격히 하강했으며, 코마와 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죽은 건가?”
“....... 죄송하지만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캡틴.”
커크는 맥코이를 잠시 바라보았다. 지금은 친구의 심정을 배려하는 맥코이의 마음씀씀이에 고마워할 상황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심박증가! 근육경련도 시작되었습니다!”
의료팀 중 하나가 외쳤다. 맥코이와 커크의 시선이 동시에 모니터를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띡-띡-하는 신호음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그리고 또다시 한 사람의 선원의 머리 위에 “알 수 없음-분리됨(Unknown-Separated)” 표시가 떴다. 커크는 남은 두 선원을 바라보았다. 스팍의 심박수는 벌칸인의 평균에서 약간 높아져 있는 상태이긴 했지만, 큰 변화는 없는 상태였다. 벌칸인다웠다. 그에 반해, 나머지 선원의 심박수는 알 수 없는 먼 장소에서 그가 공포 등에 휩싸였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심박수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계속해서 지속되던 중, 다시 “알 수 없음-분리됨(Unknown-Separated)” 신호가 떴다.
맥코이와 커크, 그리고 모두의 머리 위로 침묵이 맴돌았다.
잠시 후, 커크는 함장석의 팔걸이의 버튼을 누르고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전송실, 브릿지로부터. 빔-다운할 준비를 해두도록. 내가 내려가겠다.”
“안됩니다, 캡틴!”
일어나서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려던 커크의 앞을 맥코이가 막아섰다. 모두의 시선이 몰렸다. 맥코이는 자신의 실수를 그 때서야 깨달았다. 캡틴의 결정에 정면으로 불복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다. 엘리베이터로 따라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금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먼저 대면서 침착한 어투로 그것을 행하던 스팍의 방법이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친구이자 엔터프라이즈호의 캡틴을 급히 막지 않을 수 없었다.
맥코이가 커크를 향해 아주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남은 것은 Mr.스팍이야, 커크. 그를 믿는 수밖에 방법이 없어. 네가 지금 내려간다고 해서 무슨 수가 생겨?”
“그럼 그냥 두고 보란 소리야?”
“좀 더 생각해보란 소리야! 네가 없으면 누가 엔터프라이즈호를 지휘하지? Mr.스팍도 없는 이 상황에서?”
“술루나, 체콥...”
“닥쳐! 지금 너 미쳤어? Mr.스팍 때문에 네 판단력이 흐려져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겠어?”
“.......”
커크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자신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그는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스팍에게 닥친 위험에 대한 자신의 반응이 과민하다는 것조차도 못 느끼고 있었다. 엔터프라이즈호와 선원을 자신의 연인, 자신의 몸처럼 아끼는 평소의 커크이기에 다른 선원들은 그의 모습에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그의 오랜 친구인 맥코이는 그의 변화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멋쩍어진 커크가 툭 내뱉듯 말했다.
“그도 내 선원이야.”
맥코이는 바로 대답했다.
“나도 알아.”
“.......”
동문서답을 하는 맥코이를 커크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는가? 하는 표정이었다. 맥코이는 커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계속 속삭였다.
“먼저 작전을 세워야 해. 무턱대고 빔-다운할 수는 없어. 그러다면 Mr.스팍에게 무슨 일이 닥치는지 확인해야 해. 우리에겐 아무런 정보가 없어. 결론도 없지. 그는 인간들과 달라. 그는 벌칸인이야. 유능하고, 현명하지. 너도 알잖아?”
“.......”
맥코이의 말은 수용 가능했다. 커크는 이를 갈았지만, 그 말이 맞았다.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전송실을 향해 금방의 명령을 취소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는 중에도 스팍의 생체 반응은 아무런 변화 없이 평상시의 벌칸인과 같은 레벨을 유지하고 있었다. 커크의 곧은 눈빛이 모니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우옹... 뭔가 질질 끄는 기분이 ㅋㅋㅋㅋㅋㅋ
실은 오늘 노제 다녀왔기 땜시 ㅠ랒부리ㅏㅈㄹ을 쓸 수 있는 마인드 상태가 못 되었던 것도 있습니다 으허허......